부족한 중에 빚어진 아름다움
양춘길 목사님(필그림 교회)
지난 주말에 초청받아 가서 부흥회를 인도했던 교회는 주일예배 출석교인이 70명정도 되는 작은 교회이다. 그 교회 담임목사가
수개월 전 나에게 강사로 와 줄 것을 요청할 때부터 이 사실을 확실하게 밝혔다. 그는 첫 마디에 "목사님, 작은 교회에도 부흥회 강
사로 가십니까?" 하고 내게 물었다. 어느 목사가 감히 이 물음에 "아니요"라고 답할 수 있겠는가? 물론 다른 핑계를 댈 수 있었겠지
만 교세에 상관없이 초청받은 순서대로 가서 말씀을 전하라는 교훈을 부목사 시절에 받았기에 적절한 시기를 맞추어 수락하였다.
가보니 교인이 적을 뿐 아니라 젊은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주로 나이드신 분들이었다. 수천명, 수백명이 모이는 교회들에 비하면
인력, 재정, 시설 등 모든 분야에 부족한 것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부족한 가운데 만들어진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그 교회에는 성가대가 없기에 찬양팀이 있었다. 첫날 저녁 앞에 선 찬양팀의 평균연령은 65세 쯤 되어 보였다. 지금까지 내가 본 찬양팀 중 가장 평균연령이 높았다. 악기라고는 피아노와 기타 하나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하는 찬양시간은 매우 은혜로웠다. "내가 이 나이에 뭘 하겠다구"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겠지만, 성가대 구성이 안되면 찬양팀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자원하여 서신 분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욱 은혜롭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둘째 날 저녁에는 가까이 있는 버클리 대학의 학생 둘이 찬양팀에 합세를 했다. 세대차이로 찬양은 고사하고 함께 예배드리는 것 조차 마다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인데 할아버지 뻘 되는 분들과 함께 삼대가 함께 어울려 찬양으로 봉사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
다.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할 수만 있으면 섬기고 보자는 마음에서 빚어진 아름다움이었다.
주일 오후에는 임직식이 있었다. 장로 두 분과 권사 한 분이 새로이 임직하였는데, 그에 앞서 그동안 섬겨오신 두 분 연로하신 장로의 은퇴식이 있었다. 순서에 따라 새로운 임직자들을 위한 축가를 부르기 위해 나와 선 6명의 중창단을 보니 방금 은퇴한 두 장로가 함께 서서 축가를 부르는 것이었다. 역시 이것 저것 따질 것 없이 사람이 부족하기에 나가 선 것이 오히려 은퇴장로들이 새로 취임한 장로들을 위해 축가를 불러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임직식을 마치고 친교실에 내려가 보니 간단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교회의 재정이 부족해서 교인들이 다 집에서 만들어 온 음식들이라는 것이었다. 재정이 부족하다 보니 이 사람 저 사람 참여하여 각기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와서 함께 나누는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재정이 넉넉하여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사람이 많아져서 이제는 나이 따지고, 실력 따지고, 이런 저런 이유로 그룹이 나뉘어져 연합이 되지 않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주일학교 교실은 메어 터지는데 겨우 성원을 이루는 학부모회의, 단독 성가대보다 더 적은 연합성가대, 설 자리가 없이 가득찬 친교실에 몇 명의 봉사자가 없어 안타까워하는 모집광고 등.... 불과 몇 년 전, 우리 교회가 아직 이런 저런 것들이 부족하였던 시기에는 우리에게도 저런 아름다운 모습들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떠올라 홀로 서글펐다.
부족하기에 오히려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작은 교회의 장점이라면, 교회가 성장하기를 마다하는 것 보다는 크고도 작은 교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 한 일이 아닐까. "나 하나쯤이야", 또는 "누군가가 하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먼저 섬김의 자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 우리는 크고도 작은 교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양춘길 목사. 필그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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