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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빈방
마경덕
우묵한 집, 좁은 계단을 내려가면 누가 살다 갔나. 오래된 적막이 나선형으로 꼬여 있다. 한 줌의 고요, 한 줌의 마른 파도가 주홍빛 벽에 걸려 있다. 조심조심 바다 밑을 더듬으면 불쑥 목을 죄는 문어의 흡반, 불가사리에 쫓겨 참았던 숨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뽀글뽀글 물갈피에 쓴 일기장을 넘기면… 빗장을 지른, 파도 한 방울 스미지 않는 방. 철썩 문 두드리는 소리에 허리 접힌 불안한 잠이 있고. 파도가 키운 둥근 나이테가 있고 부우-- 부우-- 저음으로 가라앉은 호른소리, 떨리는 어깨와 부르튼 입술도 있다. 모자반숲 파래숲 울창한 미역숲이 넘실대고 프렌치호른에 부르르 바다가 젖고 밤바다의 비늘이 반짝이고
외로운 나팔수가 살던 방, 문짝마저 떨어져 나간 소라껍데기, 잠시 세들었던 집게마저 떠난 집, 컴컴한 아가리를 벌리고 무엇을 기다리나.
모래밭 적막한 방 한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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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닷가 소라의 빈방 속으로 빨려 들어가 보자. 한 생명이 삶을 꾸려가며 생생하게 살았던 바로 그 방이다. 소라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환하게 클로즈업되는 내부, 소라의 끈끈한 삶의 궤적들이 아름답고도 아릿한 모습으로 선명하게 살아있다. 한 존재의 아픔과 외로움은 또 어떠했겠는가. '외로운 나팔수가 살던 방/문짝마저 떨어져 나간 소라껍데기'이다. 그 텅 빈 적막마저 환한 불빛처럼 오래 일렁인다.
마경덕 시인은 전남 여수 출생. 2003년『세계일보』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신발론>이 있다.
<신지혜. 시인>
신지혜. 시인
웹사이트; www.goodpoem.net
이메일: shinjihye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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