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는 약 45억 년 전, 회전하는 가스와 먼지 구름에서 탄생했습니다. 생성 당시 행성들은 그 구성물질의 회전 특성을 그대로 이어 받아, 지금까지도 회전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적도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는 시속 1,600km가 넘습니다. 그런데,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만 년에 약 2초씩 서서히 느려지고 있습니다(오늘의 과학 [하루는 길어진다]편 참조, 편집자 주). 만약 지구 자전 감소 속도가 빨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구가 자전을 멈춘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대륙과 호흡하는 공기, 지구 위의 생명체, 그리고 우리에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번 다큐 사이언스에서는 지구의 자전이 멈출 때 벌어질 가상 상황과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려봅니다.
자전 속도 감소, 첫째 날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지구에서 가장 먼저 직면하는 문제는 시간입니다.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 GPS와 실제 위치 사이에 오차가 발생하면서 항공 사고가 급증하고, 수십만 명의 이용객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입니다. 하지만 2주 후, 더욱 치명적인 문제가 등장합니다. 바로 바다입니다. 지구는 완벽한 구형이 아니라 적도 부분이 더 부풀어 오른 형태입니다. 이 때, 적도 부분에 바닷물을 잡아두는 힘 중의 하나가 지구의 자전력인데, 이 힘이 약해지면서 바닷물이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바다는 불룩한 적도에서 극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하고,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이동합니다. 자전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 지 3개월 후가 되면, 자전 속도 감소는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합니다. 해수면이 변하면서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도 변하게 됩니다. 지구의 대기는 지구 전체에 균일하게 퍼져 지구와 똑같이 회전하는데,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대기 또한 바닷물을 따라 극지방으로 이동합니다.
리오, 뭄바이, 싱가포르 등 열대 지방의 도시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습니다. 이 곳에선 갈수록 숨을 쉬기가 힘들어집니다. 해발 고도가 높은 도시들도 어려움을 겪기 시작합니다. 이젠 해발 1,500m에서도 해발 4,500m에서 숨 쉬는 것처럼 느껴지며, 해발 2,500m 미만에서도 고산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해발 5,000m만 넘어도 생존 한계선에 도달하게 됩니다.
새롭게 그려지는 지구 대륙
지구가 자전력을 잃기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현재 자전 속도는 예전보다 시속 225km 이상 느려졌고, 하루의 길이는 약 28시간입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각각 2시간씩 더 늘어난 셈입니다. 아직 홍수와 희박해진 공기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전세계에 새롭게 등장합니다. 지진입니다. 지구는 3개의 층인 용융 상태의 핵, 고체 상태의 맨틀, 단단한 외부 지각으로 이루어져 움직입니다. 하지만, 자전 속도가 감소하면 각각의 층은 서로 다른 속도로 느려지며 엄청난 마찰을 일으킵니다. 지구는 안에서부터 밖으로 균열을 일으키며 갈라지게 됩니다. 지진뿐만이 아닙니다. 이젠 바닷물 또한 맹렬하게 밀어닥치기 시작합니다. 원심력 감소로 인해, 바닷물은 불룩한 적도에서 극지방을 향해 계속해서 흘러갑니다. 한 때 북극해의 수심은 4,500m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13,000m가 넘습니다. 바다에서 왔던 모든 물들이 극지방으로 흘러나가면서, 영국 해협처럼 수심이 얕은 해역은 말라가기 시작합니다.
영국은 유럽 본토의 일부분이 되고, 아일랜드와 잉글랜드가 서로 연결됩니다. 이젠 런던에서 파리까지 걸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마이애미의 해변들이 내륙으로 변하고, 쿠바와 플로리다는 육지로 연결됐으며, 멕시코는 예전보다 1/3 정도 넓어졌습니다. 바닷물과 함께 공기도 움직이며, 지구의 상하 1/3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공기가 희박해 숨을 쉴 수 없게 되면서 멕시코시티와 남쪽에 있는 대도시들은 유령도시로 전락합니다. 이처럼 물은 북쪽에서부터 밀려 내려오고 공기는 남쪽에서부터 희박해집니다.
자전 속도 감소, 1년 후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하루의 길이는 30시간이 되었고, 지구의 모습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1년 전부터 영국에서 프랑스까지 걸어갈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해집니다. 처음엔 북대서양의 바닷물이 북극으로 모여들면서 유럽 본토 주변의 얕은 해역이 바닥을 드러냈지만, 이젠 북극해의 바닷물이 불어나면서 영국과 유럽 대부분이 새롭게 생겨난 바다 밑으로 잠기게 됩니다. 런던과 베를린, 모스크바 등 수억 명이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북유럽의 역사적인 도시들이 모두 새로운 바다 밑에 사라집니다.
2년 6개월째가 되면, 하루의 길이는 124시간이 됩니다. 자전 속도는 예전보다 시속 1,200km 이상 느려졌습니다. 나라 전체가 물 속에 잠긴 곳도 있고 공기가 희박해 숨을 쉴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이제 생존자들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합니다.
낮의 길이가 2.5일 이상 길어지고 밤 역시 길어지면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숙면을 취하기 위한 사투를 벌입니다. 사람은 낮이 60시간 이상 지속되는 곳에선 잠을 청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수면 부족과 함께 시력 장애와 통제력 저하로 고생하게 됩니다. 이런 쇠약 증세는 우주비행사, 잠수부, 북극 탐험가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느려진 자전 속도는 동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포유동물 대부분은 낮의 길이가 변하는 것을 감지하고 목숨을 건 이주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제 낮의 길이는 계속 길어지기만 하기 때문에, 춥고 기나긴 밤이 다가오면 얼어 죽고 맙니다. 많은 동물들이 느려진 지구에서 모두 멸종될 운명에 놓입니다.
생명체의 멸종, 새로운 바다의 탄생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 지 4년이 지났습니다. 현재 자전 속도는 시속 60km를 약간 상회할 뿐이고, 하루의 길이는 624시간이나 됩니다. 이제 태양은 13일 동안 하늘에 떠 있고, 그 다음엔 13일 동안 밤이 이어집니다. 사계절의 개념은 사라졌습니다. 이젠 밝고 더운 날씨와 어둡고 추운 날씨, 이렇게 두 가지 날씨만 반복될 뿐입니다. 기나긴 밤이 되면 기온은 영하 55도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인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지만, 동물들 대부분은 적응하지 못합니다. 홍수에서 살아남고 숨 쉴 공기를 찾았다 해도, 이제는 혹독한 추위에 굴복하게 됩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장기간 먹이를 섭취하지 않고도 버틸 수 있기에 생존 확률이 조금 더 높지만, 이들의 미래 역시 불확실합니다. 식물들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온대 우림은 얼어붙어 회복이 불가능하고, 옥수수와 밀 같은 주요 식량 작물들 또한 살아남지 못합니다.
캐나다와 미국 북부의 아한대 산림만이 추위와 어둠을 이겨낼 수 있는 내한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미 물 속에 잠겨버렸습니다. 대서양과 태평양의 바닷물이 모여들면서 토론토, 핼리팩스, 보스턴 등 북미의 도시들이 물 밑으로 사라지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게 됩니다. 4년 6개월째가 되면 지구는 거의 멈춘 상태가 되고, 태양은 16일 동안 하늘에 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바닷물이 극지방으로 흘러가고 새로운 바다 2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제 미국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지역은 예전 영토의 10%도 안 되는 면적뿐입니다.
지구가 완전히 멈추는 날
자전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 지 5년 후, 드디어 지구가 완전히 멈춥니다. 바다와 대기, 기후 모두 안정적인 상태로 변합니다. 초대륙이 지구의 가운데 부분을 둘러싸고 있고, 거대한 바다 2개가 극지방에서 중위도 지방까지 펼쳐져 있습니다. 적도 근처에 있는 모든 지역은 공기가 희박합니다. 새로운 대륙의 50% 이상이 고도가 너무 높아서 사람이 살 수 없습니다. 낮과 밤에 대한 기존 개념도 사라집니다. 자전은 멈췄지만 여전히 태양의 둘레를 돌기 때문에, 지금부턴 1년의 반은 낮이고 태양이 지구 반대편에 뜨는 나머지 6개월 동안은 밤이 지속됩니다. 집중 조명과 같은 강렬한 햇빛이 지구를 비춥니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 기온은 55도까지 올라가며, 집중광이 비추는 곳마다 강풍이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갑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기온은 영하 55도까지 급강하합니다. 이는 북극의 겨울철 평균 기온보다 20도 가까이 낮은 온도입니다. 극지방에 새로 생긴 바다는 1년 내내 얼어붙어 있습니다.
5년 여에 걸친 이 과정 동안, 65억 명 이상이 목숨을 잃게 됩니다. 정말 소수의 생존자들은, 숨을 쉴 공기가 있고 날씨를 견뎌낼 수 있는 마지막 장소를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게 됩니다. 그리고 지구에는 밤과 낮, 추위와 더위, 습한 기후와 건조한 기후, 이 3가지 주기가 끊임없이 순환 반복됩니다. 지구 자전 속도의 감소는 이렇게 새로운 세상을 탄생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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